중앙법률신문_121121_나눠먹기를 생각한다

중앙법률신문_121121_나눠먹기를 생각한다
2012-11-22 13:24:32
곽선근
조회수   250
구글 검색창에 “나눠먹기”라는 검색어를 치니 무려 7백 30만개 이상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콩 한쪽도 나눠먹자”는 말이 있으니 “나눠먹기”라는 검색어가 많이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반가운 마음에 “나눠먹기”라는 말이 어떤 경우에 쓰였나 살펴보니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싸이트에서 검색되는 말들은 절대 다수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별히 지금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를 덧씌워서 “나눠먹기”로 평가한 표현들이 많이 나와 있다. “밥그릇 나눠먹기”, “정권 나눠먹기 쇼”, “권력 나눠먹기 이벤트 쑈” “나눠먹기로 가는 꽃놀이 패” “문철수 정권의 나눠먹기 쇼” “권력 나눠먹기 야합” 등 표현도 창의적이고 다양하다.

특정 후보에게 빨리 출마선언 하라고 다그치고, 출마선언한 후에는 단일화해야 대화를 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단일화 논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나눠먹기”로 폄훼하려고 하니 그 의도가 보인다. 그래서 모 매체의 논설위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나눠먹기를 적극 권장함”이라는 논제의 글을 쓰기도 한다.

필자는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적절한 나눠먹기가 이루어져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특정 업체끼리 카르텔을 형성하여 파이를 나눠먹으려는 담합은 반대한다.

특정 대기업간의 담합이나, 대기업 일가가 운영하는 특정 기업간의 내부거래를 지양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적절한 나눠먹기를 통한 상생이 있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와 행정부의 적절한 권력 나눠먹기를 통한 상호 견제 기능이 작동해야 하고,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라는 세 섹터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업이 대형마트나 SSM(도시 기업형 수퍼마켓)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침범하여 위태롭게 하는 일, 노동시장 유연성을 핑계로 한 50% 가까이에 이를 정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급증,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황과 단가절감을 이유로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후려치기를 하며 나눠먹기를 거부하는 일은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적절한 규제를 통해서라도 극복되어야 한다.

규제만이 만능은 아니지만 이윤 극대화를 근본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존재 목적상 수퍼 갑을 넘어 울트라 갑과 을의 거래를 시장 자율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경제위기론을 펼치던 전경련이 이번에는 신조어로 “경제 사막화”론을 펼치면서 경제민주화 논의를 차단하고 대기업에 대한 추가 특혜를 유도하려 한다.

그런데 내수시장과 기업의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소위 경제 사막화 현상은 노동 소득 분배율이 낮아짐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용주와 노동자의 적절한 나눠먹기를 전제로 하는 경제 민주화가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의 이익 감소로 나타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도 살리고, 대기업의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국가경제도 튼튼해지는 선순환구조가 되리라 기대한다.

성경은 나눠먹기를 적극 권장한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명기 15장 11절). 가난한 자는 항상 너희 곁에 있으니 그들과 나눠먹기 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으면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이삭도 줍지 말라고 한다(신명기 24장 19절). 사회적 약자인 고아와 과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밭의 한 구석을 거두지 말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안식년과 희년이라는 제도는 양극화 해소를 통한 약자 보호 제도이다. 예수께서 벳세다 들녘에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무리를 먹이신 일이 있는데 이것도 가난한 약자를 위한 나눠먹기 잔치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말씀에서 강자와 약자 간에 적절한 나눠먹기를 하라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모두가 세상에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나눠먹기에서 시작된다. “평화”의 화할 ‘화’(和)자는 벼 또는 곡식 ‘화’(禾)와 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이다. 즉 모두가 가을에 거두어들인 곡식을 공평하게 나눠먹기 하는 것이 평화라는 뜻이다. 이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건강한 나눠먹기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중앙법률신문
http://centrallawnews.com/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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