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법률신문_130731_빅데이터시대의 인간
2013-08-03 23:35:11
빅데이터 시대의 인간
지난 주일에 12년 전 시무했던 한 공군 기지교회 초청으로 설교를 했다. 전역 후 처음으로 방문해서 보니 그때 열심히 봉사하셨던 많은 분들이 이미 전역해서 보이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구경꾼 신자였던 분들이 어느새 신앙이 성장해서 교회 봉사의 주역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세월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기지가 너무나 많이 변한 모습을 보니 지난 12년의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사이 교회는 새롭게 우뚝 세워졌고, 단본부도 새로운 위치로 이사했고, 곳곳에 여러 건물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클럽하우스까지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 비교적 변화에 둔감한 군대조차도 몰라보게 변했으니, 마지막 때에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는 성경의 말씀을 눈으로 보는 듯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축적되는 정보량만 계산해보아도 급변하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2년에 전 세계에서 생성된 디지털 정보량이 2.8제타바이트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2.8제타바이트는 2.8×1021바이트로 2시간짜리 HD영화 3천억 개와 맞먹는 정보의 양이다. 전 세계 해안에 있는 모래의 숫자가 0.7제타바이트이니, 2012년 한 해 동안 생성된 정보량은 전 세계 해안가 모래 숫자의 4배에 이르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디지털 정보량이 2년 마다 배씩 증가해서 2020년에 이르면 전 세계 해안가 모래알 수의 57배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25G 블루레이 디스크에 담아 무게를 달면 항공모함 424대의 무게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양의 정보가 양산되고 축적되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움직이는 순간마다 사방에 깔려 있는 CCTV에 노출된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마다 위치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 본인과 타인의 블랙박스를 통해, 하이패스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통해 그대로 노출된다.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할 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일상을 적을 때, 개인의 위치정보, 검색패턴, 취향, 구매습관, 구매기록 등이 고스란히 쌓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개인 사생활의 노출과 침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적응 속도를 초월하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의한 디지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스트레스는 우울증, 자살충동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고,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건강한 인간관계의 파괴라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부작용 중에 가장 큰 부작용이라면 디지털 정보에 눈이 가려서 인간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정보화 사회는 인간에게 암울한 미래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구글은 그동안 쓰레기로 여겼던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일주일 이상 앞서 전 세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상황을 짚어냈다. 어떻게 공공보건과는 관련 없는 컴퓨터 공학자들이 세계 어떤 공공보건 기관도 하지 못한 전염병의 전개 양상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이 충격적인 사건은 그동안 폭발적으로 쌓이기만 하는 처리 곤란의 엄청난 데이터, 즉 빅데이터에 대한 분석 및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켰다. 빅데이터는 정치, 사회, 경영, 문화, 통계, 의료, 마케팅, 심지어 법조 분야에까지 지각변동을 가져올 블루오션으로 보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날이 빠른 속도로 쌓이는 빅데이터는 활용하기에 따라 부정적인 효과와 긍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고, 예측하는 당사자는 인간이기에,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의사에게 주어진 칼일 수도 있고, 강도에게 주어진 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창조하신 소중한 인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간보다 기계나 알고리즘이 앞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윤리관이 확립되어야 하고 데이터 활용 한계에 대한 법제적 장치가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빅데이터는 창고에 쌓여 있는 구슬과 같이 중립적 가치를 갖는다. 그것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빅브라더가 되느냐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블루오션이 되느냐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상관없어 보이는 데이터들로부터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흥미로운 일이다.중앙법률신문/130731/곽선근목사
centrallawnews.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