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법률신문_130511_용서의 완성
중앙법률신문_130511_용서의 완성
2013-08-03 23:34:10
용서의 완성
아베 총리가 “침략의 정의는 국가 간의 관계에 따라 다르다”는 궤변을 내뱉으며 주변국 국민들의 불붙은 감정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기에 정부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168명의 일본 국회의원이 집단 참배하며 도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역사 인식을 둘러싼 아베 총리의 발언과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정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특별히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위안부 동원에 군의 개입과 강제성이 있었음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언동에 대해 “심각한 실수” “수치스런 충동” 등의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2년 전 미국의 코네티컷 노회에서 대표단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 이분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 자료를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고, 미국측 대표들도 진상을 알고는 충격을 받고, 미국에 돌아가 여러 곳에서 이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대표에게 꼭 나눔의 집을 방문해보라고 추천해주셨다고 한다.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는 점점 국제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다. 버겐카운티의 도너번 카운티장은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면서 기림비를 세우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가 약속대로 정부 법원 앞에 위안부기림비를 세웠는데 미국 땅에 세워진 네 번째 위안부 기림비이다. 이곳에는 미국 노예제도로 희생된 흑인,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아일랜드 대기근, 아르메니아 학살 등 인권문제를 다룬 4개의 추모비가 함께 있으니,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를 세계적인 인권 침탈 문제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전혀 의식하거나 사죄하기는커녕 더 강경하게 도발하고 있다.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극우파 일본인이 말뚝 테러를 저질렀다. 우익단체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표현하는 등 모욕적인 가사가 담긴 CD를 나눔의 집으로 보냈다. 이들의 행동을 방임 내지 권장하는 태도에서 아베 정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극우파 세력들의 망언과 점점 거칠어지는 극우파 세력의 공세 앞에 일일이 반응하기도 짜증스럽기만 하다.
반성이 없이 망언과 극단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일본의 극우파 세력의 도발에 매번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용서해야 할까? 용서하면 그 용서가 유효하기는 할까? 성경에 베드로가 “주님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라고 예수님께 질문했다. 이에 예수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대답하셨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조차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하며 일방적으로 용서를 선언하셨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해놓고 시작하는 용서와 관용의 종교인 기독교의 특징이다.
그런데 용서는 가해자의 사죄, 피해자의 용서, 양측의 화해라는 3요소를 갖추어야 완성이 된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 잘못을 빌면, 가해자의 사과를 피해자가 받아들이고, 일이 있기 전의 관계로 돌리기로 합의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용서가 완성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물론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가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다만 사죄를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거나, 용서를 했는데 사죄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인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용서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용서를 선언했는데 가해자가 적반하장으로 나올 때에는 더더욱 용서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1천회 이상의 수요시위를 거치며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복이 아니다. 용서할테니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취하라는 것일 뿐이다. 아베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며 미약한 지지율의 회복을 위해 사활을 건 도발과 궤변으로 내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가해자의 사죄가 없는 한은 할머니들이 아무리 먼저 용서해도 용서가 완성될 수 없다. 정부는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 아베 정부는 전향적인 태도로 성의 있는 사과를 하고 화해를 완성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꿈일까? 모든 일은 꿈에서 시작된다.
중앙법률신문/130511/곽선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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